해외에 나와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문득 부모님이 그리울 때가 있다.
보고 싶으면 바로 카카오 페이스톡으로 얼굴을 보며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그리움이다.
부모님과 함께 있던 순간 자체에 대한 그리움인 것 같다.
그럴 때면 핸드폰 사진첩에서 그 순간을 담은 사진들을 보곤 한다.
희한하게도 엄마 사진보다도 엄마가 해 주셨던 음식들, 엄마랑 같이 먹었던 음식들의 사진이 더 많다.
엄마의 음식 사진을 보면, 그 맛은 물론이거니와 그 때 했던 말들과 분위기, 포근함 등이 함께 떠오른다.
사실 나는 부모님께 엄청 살가운 편은 아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은 전부 쿨한 편이어서 '무소식이 희소식'일 때가 더 많다.
미국행이 결정되었을 때에도, 부모님은 "그래 남편이랑 같이 살거니까 오히려 맘이 놓인다.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 하면 되지."라며 잘 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뉴욕에 오는 날, 부모님이 공항까지 함께 가셔서 배웅을 해주셨는데 출국장으로 들어서기 직전에 나는 그만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러자 쿨한 척 하고 있던 우리엄마도 왈칵 눈물을 쏟았고, 우리 모녀는 출국장 바로 앞에서 부여안고 울었다.
"잘 살아"
"잘 살게요."
짧지만 많은 감정이 담긴 인사를 끝으로 나는 다시 씩씩하게 출국장으로 들어갔고, 아마도 우리 부모님은 내 뒷모습이 사라진 이후에도 한참동안 그곳을 바라보다 가셨겠지.
사실 미국에 나온 지금, 한국에서보다 더 자주 영상통화로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엄마의 음식 사진 한 장이 불러오는 말할 수 없는 어떤 향수 같은 것이 있다.
이 곳에서 아무리 진귀한 음식을 먹더라도, 엄마의 돼지고기김치찜을 이길 수 있는 음식은 아마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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