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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미국에서 로또를 사게 된 사연

by 뉴욕냥냥 2022.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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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예지몽을 꾼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연찮게 때려 맞추는 것이겠지만...)

예를 들자면, 언젠가 호랑이 꿈을 꾸고 난 후에 일적으로 엄청난 도움을 준 조력자를 만났다거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커다란 악어 꿈을 꾼 후에 합격을 했다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아주 생생하고 의미가 있어 보이는 꿈을 꾸고 난 후에는 꼭 해몽을 찾아 보게 되었다.

 

 

며칠 전, 온 세상이 불바다가 되고 그 화마가 우리집을 덮쳐서 기둥이며 천장에 온통 불이 붙어 활활 타는 꿈을 꾸고 깼다. 일어나자마자 '불꿈 해몽', '집이 불타는 꿈' 등을 검색해 보았더니, 로또일등당첨꿈이라는 게 아닌가!

 

안그래도 7월 내내 메가밀리언 1조 5천억원 당첨자 얘기로 온 미국이 떠들썩했어서 미국의 로또에 관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우리도 한 번 사볼까?"라는 남편에게 "내가 좋은 꿈 꾸면 말해줄게 기다려."라고 농담처럼 말했었는데, 진짜로 로또당첨꿈을 꾸다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당장 남편을 이끌고 메가밀리언을 사러 갔다.

 

한 게임당 2달러! 이렇게 종이에다 직접 수동으로 표시를 해도 되고, 자동 방식으로 숫자를 받을 수도 있다. 꿈에서 숫자까지 점지(?)해 준 것은 아니기에 자동으로 해달라고 했다.

총 8달러를 투자해 4개의 숫자 조합을 얻은 뒤에, 드디어 당첨 번호를 발표하는 금요일!

기대가 무색하게도 단 한개의 숫자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나란 사람...

 

메가밀리언 당첨번호는 일주일에 2번 (화요일, 금요일) 발표되는데, 불 꿈을 꾸었으니 금요일이 아니고 화(火)요일에 당첨될 것이라는 기상천외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4달러 어치를 또 샀다.

 

 

결과는 불보듯 꽝.

이상하다.. 보통 불기둥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번에도 안되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시는 로또를 사지 않기로 남편에게 선언했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해프닝으로 넘겨본다. (알고 보니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 강변 아파트들 월세와 매매가를 죄다 알아 보고 있었던 우리 남편 ㅋㅋㅋㅋ)

 

안녕, 희망으로 가득찼던 일주일이여...

그동안 로또는 도박이다 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게 아니고 로또는 희망을 사는 것이었구나.

왜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큰 이 시대에,  로또 당첨이라는 바늘 구멍에 실낱같은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갑자기 피케티 21세기 자본론 통달?)

 

하지만 그래도 불로소득보다는 피땀눈물로 일궈낸 자산이 더욱 소중하고 값어치 있지 않을까라는 정신승리와 함께 퇴근 후 집에서 읽으려 뽑아둔 논문을 꺼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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