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영어 시간에 처음으로 들어본 포트럭 파티 (potluck party)의 사전적 의미는 참석하는 사람들이 각자 먹을 것을 가져와서 나눠먹는 식사자리이다.
잔치를 준비하는 주인공이 기쁜 일 또는 슬픈 일을 함께 나누러 온 손님들을 위해 모든 음식과 마실 것을 준비하는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다르게, 미국은 참으로 개인주의가 철저한 나라이구나.
이것이 내가 그동안 생각해 온 미국 포트럭 파티의 개념이었다.
그러다, 11월이 되고 추수감사절 시즌이 되니 여기 저기 포트럭 파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내가 속한 연구팀에서도 팀원들끼리 포트럭 파티를 하기로 해서 어떤 음식을 해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무난한 모듬전을 준비해가기로 결정했다.
우선, 팀 내의 채식주의자를 위한 애호박전!
그리고 채식주의자인 친구가 fish 종류는 먹을 수 있다고 해서 김치참치전도 준비했다.
김치 팬케이크 할거라고 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팀원들이 환영의 박수를 쳤다.
요즘 한식, 특히 코리안 바베큐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아주 핫한데 그런 고깃집에서 전채요리로 김치전을 많이 주기 때문에 다들 김치전을 먹어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또한, 고기 요리가 없으면 서운해하는 몇몇 유러피안들을 위한 돼지고기 육전까지 완료!
우리 나라 전통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 가는데, 다들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다른 팀원들은 대체 어떤 음식을 가져올지 기대도 되었다.
이게 바로 포트럭 파티의 묘미인가?
그리고 포트럭 파티 당일날!
생각보다 더욱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모였다.
한식인 모듬전과 떡갈비, 그리고 중국인 팀원이 가져온 마라샹궈.
콘브레드와 고구마 캐서롤을 직접 구워온 팀원도 있었고, 이탈리아 출신인 팀원이 커다란 포카치아를 직접 요리해 왔다!
디저트와 음료까지 완벽하게 믹스된 전지구적인 뷔페(?)였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유대인식 코셔롤!
코셔 음식은 유대인들의 율법에 따라 엄격한 규칙에 맞춰 조리 또는 가공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발굽이 있고 되새김질 하는 동물만 먹을 수 있으며, 고통을 최소화하여 도살된 동물의 고기만 사용해야 하고, 고기와 유제품은 같이 요리하거나 같이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유대인 팀원을 위해 코셔 마크가 있는 김치 또는 참치를 구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채소나 과일, 곡류는 코셔에 속한다는 글을 보고 애호박전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밀가루 때문인지 그마저도 먹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코셔 인증 재료만 사용해 브라우니를 구워온 팀원이 있었다.
코셔롤과 브라우니만 먹으면서도 아주 행복해하며 수다를 떨던 유대인 친구!
콘브레드, 마라샹궈, 포카치아, 애호박전, 코셔 음식, 캐서롤, 떡갈비가 한 곳에 모인 접시.
이 사진을 찍고 나서야 나는 포트럭 파티의 진정한 의미와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너무나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만든 감정적, 문화적 교류의 일환이었구나...
이번 포트럭 파티의 음식을 통해서 채식주의자 (또는 육식주의자?)의 취향을 이해할 수 있었고, 코셔 음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으며, 팀원들이 어릴 때 어떤 음식을 먹고 자랐는지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서로의 취향과 율법을 존중하며 그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는 작은 배려심까지 볼 수 있었다.
단순히 개인주의가 팽배한 나라의 '자기 음식은 자기가!' 이런 의미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동안 오해했던 나의 좁은 식견이 살짝 부끄러워지던 순간.
그리고 한식과 한국의 문화에 대해 팀원들이 생각보다 많이 접해보았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이런 교류가 끊임없이 지속되면서 다양한 문화가 빠르게 섞이고 있었다.
인종의 용광로, 멜팅 팟 (melting pot)을 새삼스레 경험한 의미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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