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말도 안되는 금액의 의료비 폭탄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국에서는 건강해야 한다.
바쁜 와중에도 센트럴 파크에서 새벽 조깅을 하고 샐러드를 챙겨먹는 뉴욕 직장인들이 많은 것도 아마 의료비 지출을 최소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밖에 없기 떄문이리라.
같은 이치로, 새벽 조깅은 못하더라도 우리 부부는 최대한 많이 걸으려 노력한다.
어차피 맨해튼 거주민들은 차를 가지기 힘들다. 첫번째 이유는 엄청난 주차비, 두번째로는 최악의 도로 교통 상황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여유롭게 강가 또는 센트럴 파크를 거닐면 멋진 경치는 덤으로 따라온다.
하지만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 같은 당연한 것 외에도, 요즘 최대한 규칙적으로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생체시계'이다.
인간은 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해가 떠서 빛을 받으면 중추신경계의 생체시계가 깨어난다. 그리고 깨어난 중추신경계로부터 분비되는 호르몬, 식사, 운동 등에 의해서 말초신경계의 생체시계까지 모두 깨어나야 하고 이 생체시계가 규칙적으로 유지되어야 몸의 항상성이 유지되며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라는 재미없는 생물학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주말에도 최대한 해가 뜨는 시각에 일어나고 밤에 너무 늦게 잠들지 않으려 노력하기 시작한 이후로 만성 피로가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생체시계를 잘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여러 가지 이유.
1) 이사온 집의 침실에 유독 해가 잘 든다. 심할 때는 눈이 부셔서 잠이 깨는 수준.
2) 반려 고양이가 아침 6시만 되면 밥을 달라, 화장실을 치우라, 물통을 갈아달라는 다양한 이유로 우리를 깨운다.
3) 야근과 회식이 없고 일찍 퇴근하는 미국의 분위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사실 미국이어서 더욱 수월한 것은 마지막 이유, 야근과 회식의 부재이다.
처음에는 그저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침잠이 없어지고 일찍 졸린 줄 알았는데, 가끔 늦게 퇴근을 하거나 퇴근 후 집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늦게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기상 시간도 자연스레 늦어지게 된다.
그런 날에는 낮에 유독 피곤해서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한국에 살 때에는 모두가 당연하게 늦은 시간까지 야근이나 회식을 하고 낮에는 피로에 허덕이며 커피를 들이켰었는데, 생각해 보면 이것이 건강을 망치는 생활 습관의 악순환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수면의 질과 몸의 컨디션을 높여주고, 낮에 일할 때의 집중도도 올라가는 것 같다.
물론,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건강 검진을 자주 해서 큰 질병을 더 빨리 막을 수 있지만, 안 좋은 생활 습관 때문에 노화는 오히려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건강 검진도 없고 야근도 없는 미국 vs 건강 검진이 수월한 대신 야근이 잦은 한국.
무엇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나는 최대한 나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고로, 야근하지 말자.
(늦게까지 넷플릭스 보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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