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먹는 중국 음식'이라고 하면 대부분 판다 익스프레스와 같은 미국식 차이니즈 음식점 또는 딤섬집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뉴욕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옵션이 더 있습니다.
Xi'an Famous Foods
https://goo.gl/maps/TgbNi9U2aUh94Vbe9
이 Xi'an Famous Foods는 뉴욕시에만 있는 체인점으로, 맨해튼 내에 4개, 퀸즈에 4개, 브루클린에 2개 지점이 있는데요, 저는 맨해튼 내의 어퍼이스트사이드 지점만 가보았습니다 (맨해튼 차이나타운에도 있어요).
중국 시안시를 가보지 않아서 이 곳의 요리가 진짜 시안 지역 요리와 유사한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맛있긴 맛있어요! 한국에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맛이라 설명하긴 힘든데, 이 곳의 요리를 한 번 먹어본 이후로 이상하게 종종 댕길 때가 있어서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미국 와서 사는 동안 제일 많이 테이크아웃 해 먹은 음식점이에요.
예쁘지는 않지만 설레는 (?) 간판 ㅎㅎ
원래 저녁 시간에 줄이 긴 편인데 오늘은 일찍 왔더니 사람이 그나마 적네요.
간만에 왔더니 주문을 키오스크로 하도록 바껴 있어요.
실내가 좁은 편이어서 먹는 곳과 줄서는 곳이 매우 협소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항상 테이크아웃을 해가요.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메뉴를 고를 수 있도록 벽면에 메뉴판에 붙어 있습니다.
저희는 보통 면요리 하나, 만두요리 하나 이렇게 시키는 편인데요, 오늘은 집에 있는 만두를 털기 위해 면요리와 두부를 시키기로 했습니다.
매콤한 게 땡겨서 면요리는 Spicy cumin lamb hand ripped noodles (N1) 당첨!
Spicy라는 글자가 붙어있지 않는 것들은 정말로 안매워요. 맵게 해달라고 따로 요청해도 안 매워요.
그리고 유일한 두부 요리인 Chang an spicy tofu (F1).
누들류는 거의 다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던 거 같고, 만두류도 다 맛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spinach dumpling (F6) 좋아해요. 녹색 만두피가 조금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매니아(?) 층이 두터운 메뉴랍니다 ㅎㅎ
빵에 고기가 끼워진 버거류들은 제 입맛에는 그냥저냥 그랬는데 백인 분들은 이 요리도 많이 시켜먹는 것 같더라구요.
키오스크로 척척 주문하고 옆에서 기다리면 영수증에 인쇄된 번호를 불러줍니다.
식당 한 켠에 젓가락과 스푼, 포크를 챙겨갈 수 있도록 비치되어 있어요.
시안 요리 쿡북과 칠리오일소스도 팔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는 음식 가격에 이미 택스가 포함되어 있는 데다가 팁도 따로 안 붙어서 메뉴판의 가격 그대로 계산됩니다! (미국에서 정말 정말 흔치 않은 곳!!)
음식들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비닐봉지에 담아줍니다. 면 요리의 칠리 소스가 오일이기 때문에 집 안의 다른 곳에 묻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빨간 기름 극혐).
집 냉장고의 냉동실에서 뒹굴고 있던 만두까지 구워서 함께 놔두니 맛있는 중국식 한상 차림 완성!
바로 이 두껍고 넓은 면이 이 요릿집의 시그니쳐랍니다! 밀가루 맛 전혀 안 나고 쫄깃하고 식감 좋은 면이에요. 만두를 시키게 되면 만두피도 이 면처럼 두꺼운데 찰진 느낌이랍니다.
이 누들 요리 양고기 냄새도 하나도 안나고 매콤하니 정말 맛있었어요. 양배추, 양파, 샐러리 등의 야채도 많이 들어 있어서 좋았어요. 이제까지 이 음식점에서 먹은 누들류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매운 거 못드시는 분들은 spicy 글자 있는 메뉴 피하세요 (spicy라 쓰고 경고라고 읽는다). 미국에 있는 음식점이지만 생각보다 맵습니다.
두부 요리는 순두부 찌개의 맛을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맛이어서 당황했어요. 두부 자체는 순두부 느낌이 맞는데 국물이 엄청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슴슴한데 이상한 단 맛이 나는 느낌?
제가 두부 참 좋아하는데, 이 요리는 그렇게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역시 여기서는 누들과 만두를 시켜야 하나봅니다. (이러면서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긴 했어요 ㅋㅋㅋ)
분명 한인마트에서 산 만두인데, 한국에서 먹던 만두의 맛이 아닌 이 만두...
만두소가 저희가 주로 생각하는 고기+두부+양파+당면 조합이 아니고 불고기만 덩그러니 들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만두를 스파이스 누들 소스에 찍어먹으니 찰떡궁합이더라구요!
배부르고 맛있게 먹은 만족스러운 한 끼였습니다!
남편과 '언젠가 한국에 돌아간다면 가장 그리울 것 같은 음식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둘 다 이 Xi'an Famous Foods를 꼽았답니다. 한국에서 먹던 짜장면과 탕수육을 그리워하면서도 한국 돌아가면 뉴욕식 시안 음식을 그리워할 것 같다니... 인간의 미각은 정말 간사하면서도 똑똑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 번 뇌리에 박힌 맛은 잊질 않아요 ㅋㅋ
뉴욕 여행오시는 분들께 이 시안 음식 체인점은 정말 한 번 방문해 보라 추천드리고 싶어요.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친절한 서비스는 없지만, 우리의 미각 신경에 색다른 선물을 한 번 해준다 생각해 보자고요.
누가 알겠어요, 한국에서 이 맛이 그리워 다시 뉴욕을 방문하게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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