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심해진 입덧과 함께 시작된 7주차!
속이 비기만 하면 느글느글 미식미식....
7주차부터는 정말 힘들 때에는 입덧약을 먹었다.
입덧약 성분은 임부등급 grade A로 아주 안전한 편이다.
처방해 주는 입덧약에는 '독시라민' 과 '비타민 B6 (피리독신)'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약은 워낙 비싸기 때문에 CVS나 Duane Reade에서 OTC로 파는 유니솜 (unisom)이라는 약을 사먹으면 된다.
어차피 계속 먹고 있는 임산부 영양제에 비타민 B6 성분은 많이 들어 있으니 독시라민 성분만 복용해도 효과는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런데 독시라민 성분 자체가 수면제 성분이기 때문에, 입덧약을 먹으면 너무 너무 졸렸다.
졸리게 만들어서 입덧을 못 느끼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입덧 증상이 너무 심할 때에만 하루에 반알씩 먹었다. 졸림 vs 입덧의 밸런스 게임....
지난번 입덧 소울푸드였던 물냉면을 먹어 보았으나....
음... 이번엔 냉면이 아닌 거 같아 ㅜㅜ 냉면 좋아하는 남편이 슬퍼한 소식.
이 이후로 임신 후기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냉면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ㅋㅋㅋ
입덧 먹방은 계속된다 ㅋㅋㅋ
속이 비면 입덧이 더욱 심해지고 그나마 먹는 동안에는 입덧이 줄어들기에, 남편이 이것 저것 열심히 요리해 주었다.
그래도 최대한 건강하게 먹기 위한 관자야채볶음, 부추강된장덮밥, 홍합토마토스튜!
이렇게 보니 입덧하는 와중에 진짜 잘 먹고 살았네 ㅋㅋ
요리 잘하는 우리 남편 아니었음 입덧 기간 진짜 힘들었을 것 같다.
이것 저것 시도해 보다가 드디어 찾아낸 나의 입덧 소울 푸드!!
그것은 바로, 들기름 메밀막국수였다!
이때부터 한동안 집에는 늘 들기름과 메밀면이 구비되어 있었다 ㅋㅋㅋ
거의 4~5일에 한번씩은 꼭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이른 임밍아웃을 했다.
원래는 산부인과 첫 진료에서 임신 확인 후에 알려드리려 했으나, 11월 중에 한국 방문 계획이 있었는데 임신 초기에 비행기 15시간을 타는 게 좀 꺼려져서 한국 방문을 미뤄야 했기에 좀 일찍 임신 사실을 알리게 되었다.
부모님들 모두 처음 임신 사실을 확인한 우리와 같은 반응이었다.
기쁨 + 약간의 걱정/불안 + 결의와 비장함(?) ㅋㅋㅋ
그리고 나서 들려온 두 번의 태몽 소식!
첫번째는 시어머님께서 나무에 빨갛고 예쁘게 익은 홍시 2개(!)를 따먹는 꿈을 꾸셨다 하셨고, 두번째는 우리 외할머니가 커다란 밤톨을 줍는 꿈을 꾸셨다.
시어머님의 홍시 2개 꿈 때문에 쌍둥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놀랍게도 서방님이랑 동서 내외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정말 신통방통한 태몽 ㅎㅎ
사실 지난 번에는 아무도 태몽을 꾸지 않았어서 처음부터 뭔가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한 태몽을 두 개나 듣게 되니 이상하게 마음에 안심이 되었다.
작은 거 하나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개복치 임산부의 마음 ㅜㅜ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부인과 첫 진료날!
웨일코넬 (weill cornell medicine) 소속 닥터의 오피스로 쭉 다니게 되었는데, 뉴욕의 경우 의사들의 오피스가 맨해튼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고, 정교한 초음파를 봐야할 경우에는 이미징 장비가 있는 본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게 된다.
9주차에 초음파로 확인한 용용이의 첫 모습! (걱정했던 쌍둥이는 아니었다 ㅋㅋ)
심장 소리도 쿵쾅쿵쾅 잘 들렸다.
아직 2.56 cm밖에 되지 않는 우리 귀여운 2등신 용용이 ㅎㅎ 엄마가 뱃속에서 무럭무럭 잘 키워줄게!
그런데 아기집이 원래 이렇게 넓은 건가?? 좁은 거보단 좋겠지 생각했다.
여러가지 호르몬과 항체, 감염 검사를 위한 채혈을 진행했고, 9주차라서 염색체 정상 유무를 가리는 니프티 (NIPT) 검사도 가능한데 하겠냐고 물었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니프티 검사도 그냥 바로 진행하기로 했다.
피검사 결과는 다음날부터 바로 병원 개인 계정에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적혈구와 철분 부족은 예상하던 바인데, 갑상선 호르몬 중에 TSH 레벨이 낮다고 나왔다.
이 때부터 또 폭풍걱정 ㅜㅜㅜ
임신을 하게 되면 hCG 호르몬이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이 TSH 호르몬과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갑상선을 자극해서 TSH는 낮아지고 T4는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찾아 보니, T4 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이면 딱히 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병원에서도 딱히 갑상선 관련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또다른 복병이었던 무증상세균뇨가 검출되었다!!
개복치 임산부에게 왜 초반부터 이런 이슈가 발생하는 건지...ㅜㅜ
병원에서 전화와서 항생제 처방해 줄테니 받을 약국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병원에서 약국으로 바로 처방을 쏴줄 수가 있고, 내가 지정한 약국으로 가서 돈 내고 약을 받기만 하면 된다.
Nitrofurantoin이라는 항생제를 5일치 처방 받았고, 찾아보니 임부등급 B등급이라고 한다.
안전한 편이긴 하겠지만 약을 먹는다는 거 자체가 너무나 찝찝....
그래도 세균은 치료해야 하는 거니깐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었고, 여성용 유산균도 바로 구매했다 ㅜ
여러 이슈들이 있던 가운데, 그래도 잘 먹고 댕겼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갔던 나폴리 피자 맛집 Song E Napule!
얇고 쫄깃한 피자도우가 진짜 일품이다. 에피타이저로 시킨 부라타도 넘 맛있었다.
와인을 바틀로 시켜서 다들 짠! 하고 있는데 나는 물로 짠! ㅎㅎㅎ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랑 수다 떨면서 치즈 가득한 음식들 먹었더니 입덧은 적게 느껴졌다.
오히려 집에서 안정을 취할 때 입덧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집덧'이라는 말도 있더라 ㅋㅋ
그러다 가끔씩 입덧이 한나절씩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혹시라도 용용이가 잘못된 거일까봐 불안과 걱정에 휩싸였다.
입덧이 있어도 문제, 사라져도 문제....
차라리 마음 편하게 계속 입덧 증상이 (제발 조금씩만) 있는 게 낫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토덧에 약도 안 들을 정도로 입덧이 심한 임산부들에 비하면 나는 참을만한 편이었던 것 같다.
시간도 정말 안 가고 몸도 마음도 쉽지 않았던 임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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