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차부터는 입덧이 아주 조금씩 줄어들었다.
입덧의 강도가 줄어들었다기보다는 하루 정도 입덧이 사라졌다가 다음 날 다시 심해졌다가 이런 밀당(?)을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컨디션 좋은 날에는 최대한 많이 걷고 요가도 매일 하려고 노력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서 주말에 락펠러 트리도 구경했다.
락펠러 센터 앞에 생긴 아이스링크장도 구경하고 ㅎㅎ
나중에 용용이 데리고 와서 아이스 스케이팅 시켜야지 생각하면서 바라봤다.
그러다 갑자기 일본라멘 땡겨서 이치란 라멘 방문!
여기는 늘 줄이 길어서 엄두가 안났는데, 이 날은 굳이 줄서서 먹으러 들어갔다 ㅋㅋ
비싸지만 맛있었던 라멘!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에 있을 때 즐겨 가던 라멘집이 더 맛있는 것 같다.
흑흑 한국 방문을 1월로 미뤘는데, 1월 대체 언제와ㅜㅜㅜ 손꼽아 기다리던 날들.
집에 친한 선배 부부네 가족이 놀러오셔서 함께 먹었던 곱창볶음과 양곱밥!
곱창스토리 양곱밥 진짜 최고최고!! 진짜 너무 맛있게 먹었다.
나는 원래 한식 양식 가리지 않는 잡식(?)이었는데, 임신하고 나니 한식파로 변해서 유독 한식을 더 많이 먹었다.
근데 그렇다기엔 케이크도 종류별로 너무 열심히 먹고 다녔네 ㅋㅋㅋㅋㅋ
요거는 주니어스 치즈케이크!
치즈맛이 진짜 꾸덕하게 많이 나서 개인적으로는 뉴욕 3대 치즈케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다.
크림치즈 향 강하게 나는 치즈케이크 좋아하시는 분들께 진짜 진짜 추천!!
그리고 내가 뉴욕에서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 집 레이디엠 (Lady M)!!!
남편 생일 핑계 대면서 가서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만 사왔다 ㅋㅋㅋ
원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녹차맛 크레이프, 티라미수 크레이프, 그리고 처음 보는 마론맛 크레이프!!
마론맛이 너무 맛있어서 감탄하면서 먹었다. 시즌 메뉴 같은데 계속 팔아주길....
그런데 여기도 2년전만 해도 한 조각에 8~9달러 했던 거 같은데 그 사이에 3달러 정도씩 더 붙었다 ㅜㅜ
그래도 맛있으니까 용서.
14주차부터는 입덧이 조금씩 더 자주 사라지고 입덧의 강도 자체도 점점 약해졌다.
그래도 피곤함과 초저녁에 몰려오는 졸음은 그대로...
너무 귀여워서 캡처해둔 280 days 어플 화면 ㅋㅋㅋ
입덧이 줄어들기 시작하니 정말 살만했다 ㅜㅜ
그래서 시작된 먹방 ㅋㅋㅋ
짬뽕 먹고 싶다하니까 남편이 진짬뽕에 꽃게 넣어서 끓여줬는데, 진짜 짬뽕 같이 너무 맛있었다.
한국 가면 짜장면 짬뽕 엄청 먹고 와야지 생각했었는데, 이거 먹고 짬뽕 욕구는 많이 줄어들었다 ㅋㅋ
코스트코 쇼핑날 = 연어 초밥 먹는 날!
임산부 회 먹으면 안 좋다고 하던데, 그건 혹시 모를 감염 때문이고, 중금속 함량 높은 큰 물고기들 (방어, 참치)만 조심하면 된대서 연어는 그래도 이렇게 가끔씩 먹었다.
대신에 식초랑 레몬즙, 소금으로 소독 엄청 오래하고 먹었다. 나는 크랜베리 주스, 남편은 와인이랑 ㅎㅎ
먹고 남은 연어는 양파랑 고추 넣고 끓인 간장에 재워서 간장연어장 만들어서 먹었는데 이것도 진짜 맛있게 잘 먹음.
왜인지 임신 초기 일기는 점점 먹방 일기가 되어 가네 ㅋㅋㅋ
입덧이 줄어들면서 구운 고기도 잘 먹을 수 있게 돼서 삼겹살도 구워 먹고, 수육 보쌈도 자주 해먹었다.
그 전까지는 열심히 먹어도 입덧 때문에 너무 고생해서 그런지, 시부모님이랑 통화할 때마다 왜이렇게 핼쓱해졌냐고 걱정하셨는데, 이 때부터는 잘 먹고 잘 쉬어서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다.
12주차까지는 몸무게 변화가 없다가 13~15주 동안 1키로 정도 쪘다.
임신 중에 체중이 너무 많이 늘어나도 안 좋다고 해서 계속 평균치와 정상 범위를 찾아보며 체중을 어플에 기록했다.
신기하게도 딱 13주부터 아랫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평소에 입는 바지가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피스나 고무줄 밴딩으로 된 바지 위주로 입고 다녔다.
11월 후반부터 같은 팀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콜록거리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으로 나도 독한 감기에 걸려버렸다....
마스크 잘 하고 일부러 점심도 따로 먹었는데.....
아무래도 하루 종일 팀원들끼리 가까운 곳에서 일하다 보니 면역력 약한 임산부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용용이를 위해 사둔 브라운 체온계가 있어서 재보니 열이 생각보다 많이 나서, 38도를 넘는 순간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임부등급 B등급이긴 하지만, 열이 심해져서 양수 온도가 올라가는 것보다는 타이레놀 먹고 열을 떨어트리는 게 훨씬 낫다.
다행히 열은 오래 가지 않았고, 기침과 콧물 때문에 며칠간 고생했다.
약을 먹을 수 없어서 그냥 버티느라 더 힘들었는데, 그래도 열이 안 나니 용용이는 괜찮겠다 싶었다.
감기가 끝물일 무렵, 한 달에 한번 팀원들끼리 하는 생일자 축하파티를 위해 파리바게트에서 생일 케이크를 사서 가다가 (내가 준비하는 순서였다) 횡단보도에서 풀린 운동화 끈에 걸려서 심하게 넘어져 버렸다.
온몸이 너무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더니, 사람들이 와서 일으켜 주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그랬다ㅜㅜ
너무 아파서 근처 벤치에 앉아서 한참 쉬면서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리고는 일단 집으로 가기로 했다.
넘어지면서 이미 케이크는 멀리 날아가서 엉망이 되었고, 케이크는 남편이 퇴근하면서 새로 사다 주기로 했다.
집에 와서 보니 무릎과 손바닥이 엄청 까져서 피가 흥건했다.
씻어내고 망가진 케이크를 보니 괜시리 서러워져서 연두를 붙잡고 막 울었다.
위로인지 빈정인지 모를 표정의 연두놈.
망가진 케이크는 남편과 내가 며칠에 걸쳐서 맛있게 잘 먹었다ㅋㅋㅋ
하지만 생각보다 심하게 넘어져서 우리 용용이가 영향을 받지 않았을지 너무 걱정이 되었다.
'임산부 낙상', '임산부 넘어짐' 이런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배로 넘어진 게 아니면 웬만하면 괜찮다고 한다.
정말 잘못돼서 태반박리가 일어나게 되면 보통은 24시간 내로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며칠이 지나도 딱히 피가 나온다거나 배가 아픈 증상은 없어서 병원을 따로 찾아가진 않았다.
후 이제 내가 실수하면 나만 다치는 게 아니구나 싶고, 우리 용용이를 생각해서라도 좀더 조심히 다녀야지 다짐하게 된 계기였다.
남편도 많이 놀랬는지, 그 다음부터는 나혼자 어디 못 걸어다니게 했다 ㅋㅋㅋㅋ
'감기'와 '넘어짐'이라는 큰 두개의 이슈를 겪고 15주부터는 입덧이 거의 사라졌다!!!
갑자기 경양식 돈가스가 땡겨서 weee에서 냉동 돈가스 주문하고 샐러드랑 소스 만들어서 해먹은 저녁.
임신하고 입맛이 다시 돌아오니 한국에서 자주 먹었던 모든 음식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미국에 있어서 이런 평범한 음식들 하나 먹기조차 쉽지 않았다. (일본식 돈가스 파는 곳은 있지만, 경양식 돈가스 집은 진짜 없더라ㅜㅜ)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잘 해먹고 살았던 주간들이었다.
여러가지 자잘한 이슈들에도 건강하게 잘 버텨준 용용이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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