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9주차에 만나게 된 우리 용용이.
진통부터 출산, 입원, 퇴원까지의 기록을 출산 일기로 남겨 보려 한다.
이번 편은 출산 전날 진통 느낀 시점부터 출산 당일까지의 이야기!
출산 타임라인
1. 진통 시작 : 6월 3일 (39주 4일차) 6:00 pm
2. 출산 병원 대기실 입실 : 6월 3일 10:30 pm
3. 정식 병실 입실 : 6월 4일 1:00 am
4. 무통주사 (에피듀럴) : 6월 4일 1:30 am
5. 응급 제왕절개 결정 : 6월 4일 7:00 am
6. 용용이 출생 : 6월 4일 9:19 am
7. 퇴원 : 6월 7일 11:00 am
출산 전날 (D-1)
39주 4일차 오전, 산부인과 오피스에서 자궁문이 아직도 1 cm밖에 열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산예정일에 유도분만을 예약해 놨는데, 바로 그날 퇴근길부터 밑빠지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배가 아픈건 아니어서 진통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했는데, 너무 주기적으로 밑빠짐 통증이 느껴져서 집에 오자마자 '출산해요' 어플로 밑빠짐 통증의 주기를 체크해 봤더니 거의 5분 내외로 나왔다!!
그 동안 출산의 징후라는 이슬 비침, 가진통, 자연 관장 중 그 어느 증상도 없었던 터라, 이렇게 바로 진진통이 오는 게 맞나 싶어서 이리 저리 검색을 해봤는데, 가진통과 진진통의 가장 큰 차이는 통증의 정도가 아니라 규칙성이라고 한다.
빠르게 저녁을 먹고 나서 (최후의 만찬은 엄마가 해준 육개장!!) 1시간 정도 더 주기를 체크했다가 출산 병원에 전화했다.
통증이 심하지는 않은데 5분 정도 텀으로 반복된다고 하니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9시 쯤, 미리 싸놓은 출산 가방 챙겨서 병원 입성!
우버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동안, 통증과 동시에 드디어 우리 용용이를 만나는 건가 싶어서 설레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온갖 감정이 교차했다.
병원 도착해서 환자 정보 작성하고 이런 저런 서류 (동의서 등등)에 서명한 후에 10시 반쯤 대기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원실이 바로 나지 않아서인지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병실로 가지 않고 대기실에서 우선 자궁 수축과 아기 심박수,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등을 모니터링했다.
아직까지는 여유로운 모습 ㅋㅋㅋ
의사 내진 후, 고통의 정도를 1~10 중에 숫자로 말하라길래 4~5 정도라고 했더니 (이때만 해도 통증이 별로 안심했음), 통증도 안 심하고 자궁문도 1.5 cm 정도밖에 안 열려 있어서 출산까지 한참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집에 돌아가서 더 있다 올지 계속 병원에서 대기할지 정하라고 했다.
왠지 집에 가면 바로 다시 병원으로 오게 될 것 같아서 그냥 대기실에 있기로 결정.
그리고 거짓말처럼 바로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자궁수축 정도가 숫자로 나타나는데 100을 넘기 시작... 신기하게 숫자가 높아질수록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통증이 심해지니까 정말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나 고통 10 수준이라고 무통 주사 언제 주냐고 물었더니, 아직 병실이 나지 않았는데 병실 나면 바로 이동해서 놔준다고 했다.
병실 날 때까지 진통을 그냥 참아야 하는 상황....
그래도 계속 통증이 있는 게 아니라, 1분 정도 엄청 아프다가 또 몇 분은 멀쩡하다가 그래서 심호흡하면서 열심히 참았다.
다행히 새벽 1시 정도에 병실이 나자마자 이동했다.
담당 간호사분이 참느라 고생했다며 바로 에피듀럴 놔주시는 분을 불러줬다.
실습생(?)과 전문가(?) 두 분이 오셔서 가르치면서 놓는데, 생각보다 에피듀럴 놓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다.
20~3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중간중간 오는 엄청난 진통 때문에 체감은 한 2~3시간 걸린 듯....ㅜㅜ
11시~11시반 정도부터 통증이 엄청 심해졌는데, 병실로 이동해서 에피듀럴 맞은 새벽 1시 반까지 거의 2시간을 넘게 생으로 진통을 참아야 했다.
신기하게도 에피듀럴 맞자마자 찾아온 평화 ㅋㅋㅋㅋ
왜 무통천국이라 하는지 알겠더라.
하지만 내진 결과는 아직도 자궁문 2 cm 열림... 일단은 자궁문이 더 열릴 때까지 계속 기다려 보기로 했다.
자궁이 그렇게 많이 수축하는데 자궁문은 안 열리니 우리 용용이가 안에서 얼마나 답답할까 싶었다.
어쨌든 몇 시간 동안 진통 겪느라 진이 빠져서 바로 잠에 들었다.
출산 당일 (D-day)
오전 7시쯤 내진을 했는데 아직도 자궁문이 2 cm밖에 안 열린 상태였다.
더 큰 문제는, 에피듀럴 부작용 때문인지 내 혈압이 너무 낮아져서 (최저혈압이 38까지 떨어짐) 아기에게 산소공급이 불안정해지는 바람에 자궁이 수축될 때마다 아가의 심박수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혈압 올리는 약을 주사하고 출산을 앞당기기 위해 급하게 양수를 터뜨렸지만, 그래도 자궁문은 안 열리고 아기 심박수는 계속 떨어지는 상황.
당직 의사분이 와서 제왕절개 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고 말했다.
나는 원래 자연분만을 원하기도 했고 이상한 자신감 때문에 당연히 자연분만으로 낳을 거라고 생각해 왔었지만, 용용이가 잘못될까봐 너무 무서워서 고민도 안하고 빨리 수술해 달라고 했다.
바로 마취제를 주사하고 수술실로 이동했다.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어리둥절하고 약간 두려웠는데, 간호사 한 분이 "자 이제 아기 만나러 가자!" 라고 신나게 외쳐 주셔서 갑자기 나도 설레기 시작했다.
이제 몇 분 후면 정말로 우리 용용이를 만난다!!
수술실에 들어가자마자 아주 빠르게 수술 준비에 돌입했다.
전신마취가 아니라 하반신 마취이기 때문에, 마취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누르며 느낌이 있는지 물었다.
배 위로 커다란 천을 둘러서 나에게 수술 장면이 보이지 않도록 했고, 남편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수술에 대한 긴장과 용용이를 만난다는 설렘에 두근두근했던 우리 부부.
수술은 15~20분 정도 걸렸다.
간호사 한 분이 남편 핸드폰으로 용용이가 나오는 장면과 남편이 탯줄 자르는 장면, 갓 태어난 용용이가 첫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 등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겨주셨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용용이가 골반에 너무 오래 끼어있어서인지 눈썹 위쪽부터 머리 부분이 길쭉하게 눌려 있었다.
우리 애기 나오느라 진짜 고생 많았어 ㅠㅠ
아기 발자국과 함께 태어난 시각, 출생 몸무게와 키를 기록으로 남긴 서류도 받았다.
용용이는 마지막 정밀검사 때 추정 체중이 2.5키로였는데, 무려 3.5키로가 넘게 태어났다.
대체 마지막 한달 동안 무슨 일이....
간호사가 아기가 너 몸에 비해 너무 커서 자연분만 했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라고 말해줬다.
키랑 발 크기도 평균 이상인듯 ㅎㅎ
모자도 예쁘게 쓰고 속싸개에 쌓인 용용이와 나의 첫만남이 이뤄지는 동안 나의 배 밑으로는 수술부위 후처치가 이뤄졌다.
발갛고 자그마한 아기가 얼굴과 가슴에 닿는 순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벅차 올라서 눈물이 났다.
얘가 내 뱃속에서 열달 동안 있었던 아가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임신 기간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기도 하고, 갑자기 엄마 생각도 나고...
그리고 바로 젖 물리기??? 이게 맞어? ㅋㅋㅋㅋ
스킨 투 스킨의 일환인 것 같다 ㅋㅋ
그런데 이 과정동안 마취제 부작용으로 속이 계속 미식거려서 힘들었다.
넘나 기쁜데 토할 것 같은 상황.
주사로 구토억제제를 맞고서야 조금 괜찮아졌다.
그리고 회복실에 잠시 있으면서 내 상태를 지켜보다가 안정된 후, 3박 4일 동안 지낼 환자실로 이동했다.
미국은 자연분만의 경우 2박 3일, 제왕절개의 경우 3박 4일동안 입원해 있기 때문에 나는 3박 4일 후에 퇴원하게 된다.
거의 호텔 수준으로 입원실이 좋기로 유명한 뉴욕 프리즈비테리언 (New York Presbyterian) 출산 병원.
엄청 좋은 모션 침대 + 커다란 화장실/샤워실 + 룸서비스 수준의 식사 제공.
이 세가지 때문에 그렇게 호평을 받는 것 같다.
그리고 24시간 모자동실인 미국 산부인과!
내 침대에 누워서 요람에 누워 있는 용용이를 계속 볼 수 있다.
모자동실에서는 속싸개 싸는 법과 기저귀 가는 법만 간호사 분께 배우고 바로 우리가 모든 걸 다 해야 한다.
출산 하자마자 아기를 케어해야 해서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오히려 용용이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 모자동실이 좋았다.
어차피 용용이는 신생아라서 거의 계속 잠만 잤다.
게다가 나와 용용이의 바이탈 체크를 위해 계속 간호사들이 들락날락해서 무슨 문제가 생길 틈이 없긴 했다. ㅋㅋㅋ
어쨌든 우리가 직접 (첫째날은 거의 남편이) 기저귀도 갈고 맘마도 주면서 수유 및 배변 상황을 입원실 내의 화이트보드에 써놓으면 간호사들이 모니터링해주고 사진 찍어가고 그랬다.
모유수유는 3시간마다 하라고 했고, 중간에 락테이션 카운슬러가 와서 유축기 사용법과 모유수유 자세 등에 대해서 가르쳐 주고 갔다.
직수와 유축을 계속 시도하긴 했지만 아직 젖이 돌지도 않아서 용용이는 첫 날 거의 쫄쫄 굶은 듯?ㅋㅋㅋ
하지만 첫날은 어차피 탯줄을 통해서 받은 영양성분이 남아 있기도 하고, 위장이 체리 한 알 크기로 아주 작기 때문에 굳이 모유를 막 먹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국은 제왕절개를 한 산모한테 24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고 음식도 못 먹게 한다던데, 여기서는 몇 시간 후부터는 물이랑 음식을 먹으라 그러고 출산 당일 저녁부터 바로 걸어 보라고 했다.
침대에서 일어설 때 수술부위가 조금 땡기는 느낌은 있었지만 마취제 효과가 남아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취제 부작용도 남아 있어서 계속 어지럽고 속이 미식거렸다.
속 안좋다고 그러니까 간호사들이 너무 굶어서 그렇다고 빨리 뭐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집에서 가져온 미역국 컵밥 데우고, 앱으로 간단하게 하나만 시켜본 저녁 식사. (메뉴 이름은 분명 비빔밥이었는데 비빔밥이라 절대 볼 수 없는...)
그런데 속이 계속 안 좋더니 먹은 거 다 토했다.
공용 라운지에서 가져온 사과주스 마신 것까지 다 토함....
안 그래도 계속 굶어서 배고픈데, 어지럽고 속도 안 좋고 먹는 족족 다 토해서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다행히 프리즈비테리언 병원은 밤 동안 nursing room에서 신생아를 봐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용용이를 맡기고 우리는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밤 11시에 용용이를 데려갔다가 오전 6시에 다시 우리에게 데려다 주는 식이었다. (시간은 마음대로 변경 가능)
만 하루동안 계속 긴장 상태로 고생해서 용용이를 맡기자 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던 남편과 나 ㅎㅎㅎ
우리가 부모가 된 첫 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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