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출산 휴가를 매우 짧게 주는 뉴욕에서 일하는 엄마로서 여러 역경(?)을 극복하고 유축 완모에 성공하게 된 나의 이야기이다.
출산 전부터 최소 6개월은 완모를 하는 것이 목표였던 나였기에 (모유가 분유보다 좋다는 거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바람이었다), 출산 직후 병원에서부터 열심히 직수와 유축을 시도했다.
하지만 신생아 용용이는 직수를 정말 정말 정말 싫어했다...
퇴원 후 집에서도 계속 유축을 하며 직수를 시도했지만, 나중에는 내 가슴에 안기자마자 진저리 치며 울어대는 수준까지 갔다.
엄마로서 거부당하는 것 같아 나도 마음의 상처를 받고, 용용이도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우느라 고생...ㅜㅜ
아기가 빨지 않으면 젖양이 줄면서 결국은 단유의 길로 간다는 말이 많아서 웬만하면 직수를 성공하고 싶었는데, 용용이의 직수 거부가 너무 심하기도 하고 어차피 10주간의 출산휴가 이후에는 직수는 불가능할거라 생각해서 과감하게 포기하고 유축수유를 하기로 했다.
초반에는 유축량이 적어서 분유와 혼합수유를 했다.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시도해본 갖가지 방법들...
1. 맘라떼모아
맘라떼모아는 밀크시슬 추출물인데 파우더 형태로 되어 있어서 그냥 먹어도 되고 물에 타먹어도 된다.
그냥 먹어도 꽤 상콤달달(?)하니 맛이 괜찮아서 나는 레모나 먹듯이 그냥 입에 털어넣어 먹었다.
2. 레시틴 영양제
레시틴은 보통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인데, 수유부가 섭취하는 경우 모유의 지방성분과 점도를 낮춰서 유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해 준다고 한다.
유관이 막혔을 경우에는 1알씩 하루 3~4번, 유지를 위해서는 1알씩 하루 2번 먹으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냥 1알씩 하루 1번 먹었고 좀 기름진 음식을 먹은 날에만 2번 먹어주었다. 산후 초반에는 아예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었기 때문에 딱히 이 영양제가 모유량 증가에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3. 수분섭취 늘리기
미역국 뿐만 아니라 각종 국물 음식과 물 등을 많이 마셔 주었다. 대신 저염식으로 간은 세지 않게...
다행히 음식 솜씨 좋은 우리 엄마가 미국까지 와서 산후조리를 도와주셔서 이 시기에 맛있는 국 요리들을 많이 얻어 먹었다.
나는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었기 때문에 맹물을 많이 마시는 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덜 지루(?)하게 마셔보고자 카페인이 없는 차 종류를 많이 마셨다.
출산 전부터 즐겨마시던 라즈베리잎차와 산후선물로 지인분께서 주신 카모마일, 히비스커스 티.
선물받은 티 두 개 모두 너무 향긋하고 맛있어서 꼭 하루에 한 잔씩 2~3컵 정도 우려서 마셨다.
4. 핫팩과 마사지
그리고 틈날 때마다 핫팩으로 따뜻하게 가슴을 풀어주며 마사지를 했다.
나는 마침 지인분께 받은 frida mom의 수유용 핫팩이 있어서 사용했는데, 그냥 아무 핫팩이나 써도 될듯?
그런데 핫팩보다는 셀프 마사지가 꽤나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유축하는 도중에도 손으로 뭉친 부분을 계속 마사지해줬더니 유축량이 점점 늘어서 용용이 생후 4주차부터는 거의 완모가 가능했다.
3~4시간마다 한번씩 유축했을 때 한번에 100 mL 이상씩 뽑히기 시작하니 완모가 가능했다.
처음으로 완모에 성공했던 날의 감동이란...
사실 너무 많은 방법을 동시에 시도해서 무엇 때문에 완모에 성공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결국 완모의 길로 가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완전히 완모에 정착하고 나서, 이미 뜯은 분유 한통을 한 달 내에 다 소진하지 못해서 우유쿠키로 만들었다.
이거 생각보다 되게 맛있다 ㅋㅋㅋ 남는 분유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
유축하고 날 때마다 몸이 에너지를 엄청 쓰는지 굉장히 허기졌는데, 분유로 만든 우유 쿠키로 허기를 달래며 모유를 만들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 ㅋㅋㅋㅋ
그러다가 5주차 어느 날, 유축한 모유를 데우는 동안 배고픔을 참지 못한 용용이가 너무 거세게 울어대서 가슴을 살짝 대어봤는데 용용이가 아주 힘차게 빨아대는 게 아닌가!!
얼떨결에 직수 성공ㅋㅋㅋㅋ
그 날부터 조금씩 (하루에 1~2번 정도) 직수를 시도했고, 용용이도 나도 점점 자연스럽게 직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태어난 지 얼마 안되었을 때에는 아기 입에 비해 젖꼭지가 크고 빠는 힘도 부족해서 직수가 힘들었던 것 같다.
다른 블로그 글을 찾아봤을 때에도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직수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그렇게 직수와 유축수유를 혼합해서 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직수만 하면 젖병거부 현상이 생길까봐 일부러 유축수유도 계속 했다.
직수를 함께 시작한 이후부터 유축량은 더욱 늘어서 하루에 1리터 정도 유축할 수 있게 되었다.
유축한 모유가 많이 남게 된 날에는 모유저장팩을 이용해서 냉동해 두었다.
10주의 휴가가 끝나고 직장에 복귀한 후에는 용용이를 데이케어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유축한 모유를 보냉백에 넣어 들러보냈다.
다행히 직장 건물 내에 수유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일하는 중간에도 쾌적한 환경에서 유축을 할 수 있었다.
유축실은 미리 웹에서 시간 예약을 한 후, 허가받은 아이디 카드를 찍고 들어갈 수 있다. 내부에는 커튼으로 프라이빗한 공간을 쓸 수 있게 되어 있고, 유축기와 모유를 저장할 수 있는 서랍, 냉장고도 있다.
임신 전에는 우리 건물에 수유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미국의 직장 내에 이런 시설들이 잘 마련되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4시간마다 한번씩 유축을 하느라,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수유실에 가서 유축을 2번 해야 했다.
하지만 너무 유축에 소요되는 시간이 긴 것 같아서 5시간마다, 6시간마다 한번씩으로 점점 유축텀을 늘려나갔다.
단유할 때 이런식으로 유축텀을 늘린다는 소리를 들어서 모유량이 줄어들까봐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는 않았다.
6시간마다 한번씩 유축을 하게 되니, 직장에서 유축을 한 번만 해도 되었다.
엄마가 모유수유를 위해 희생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시간 소요, 식이제한) 그래도 직장에 다니며 유축 완모를 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음식은 딱히 모유를 위해 식이를 제한하지는 않지만, 카페인과 알코올만 조금 조심하고 있다.
용용이가 완전 신생아였던 첫 한달 동안은 카페인과 알코올을 일절 섭취하지 않았지만, 두 달째에는 논알콜 맥주와 디카페인 커피는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논알콜 맥주는 알코올이 아예 없는게 아니라 0.5% 이하로 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도 생각보다 실제 맥주의 맛과 흡사해서 좀 놀랬다 ㅋㅋㅋㅋ
유축을 하루에 4번만 하고 있는 요즈음에도 커피는 최대한 디카페인으로 마시려고 노력 중인데, 일반 커피도 하루 한잔까지는 괜찮다고 해서 유축한 직후에 한잔씩 마시고 있다.
술은 와인 한잔이나 맥주 한잔 정도만 마시고, 최소 2시간 이후에 유축이나 수유를 한다. 어쩌다 모임이나 술자리가 있어서 그 이상 마시게 되면 유축 한 텀 정도는 그냥 버려버리고 냉동 모유를 해동해서 쓰고 있다. (남는 모유를 많이 냉동해 놓은 과거의 나 칭찬해!!)
이제 5개월을 향해 가고 있기에, 최초의 목표 (6개월 완모)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분유 수유로 돌아가기가 더 귀찮은 것 같아서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완모를 유지할 계획이다.
사실 모유만 먹으면서도 쑥쑥 잘 자라주는 우리 용용이가 신기하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새벽수유 때 가슴을 힘차게 빨며 모유를 먹는 용용이를 안고 있는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모유수유를 지속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언젠가 모유수유를 완전히 졸업하게 되는 날, 용용이도 나도 정말 수고했다고 셀프 공치사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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