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현재 가장 핫한 레스토랑 몇 개를 꼽으라 하면 꼭 포함될 것만 같은 Misi.
예약이 거의 무슨 인기 콘서트 예매 또는 수강신청 급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정식으로 예약하는 것은 포기했는데, 우연찮게 구글맵에 들어가 봤는데 누군가 전날 취소했는지 '내일 날짜'로 예약 가능하다고 뜨더라구요. 그것도 7시 30분 딱 저녁 시간!!
이건 무조건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약 가능한 것을 발견하자 마자 바로 2인 예약을 했습니다.
그렇게 가게 된 대망의 Misi!!
Misi
https://goo.gl/maps/9kKgU91AsqSmt6UdA
윌리엄스버그의 도미노 파크 근처에 있습니다.
윌리엄스버그의 또다른 파스타 맛집인 릴리아 (Lilia)의 셰프가 만든 또다른 수제 파스타집이 바로 Misi인데요, 그래서인지 두 곳의 분위기나 메뉴가 비슷하지만 Misi가 좀더 세련되고 영한 느낌이라고 해요.
문 앞의 간결한 알파벳 M 하나가 간판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먼저 예약을 확인하고 자리를 안내해 줍니다.
테이블석, 룸, 바, 주방석이 있는데, 저희는 주방 좌석으로 예약이 되었어요.
오픈 키친 바로 앞에 있는 바 같은 공간에서 주방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파스타, 치즈, 아이스크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주방을 보며 식사하는 경험이 굉장히 신선했어요.
그리고 음식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커지는 느낌이랍니다.
음식 메뉴는 전채 요리와 파스타 이렇게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저희는 이 레스토랑의 시그니쳐 메뉴를 집중 공략해 보기로 했어요.
전채 요리 중에서 리코타 크로스티니 (trumpet mushroom sottolio, whipped ricotta crostini), 파스타 중에서 페투치네 (fettuccine, buffalo butter, parmigiano extra recchio, black pepper), 양우유 리코타 오끼 (sheep's milk ricotta filled occhi, bottarga, lemon) 이렇게 총 3가지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음료로는 와인, 칵테일, 논알콜 종류들이 있습니다.
와인 메뉴가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어요.
Bianchi (화이트 와인), rosati (로제 와인), rossi (레드 와인).
Spumanti는 뭔지 몰라서 서버에게 물어보니 이탈리안 와인이라고 대답해 주더라구요.
그리고 이 메뉴판에서 밑으로 갈수록 무겁고 드라이한 와인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pinot gris, 남편은 aglianico를 시켰습니다.
Pinot gris는 분명 화이트 와인으로 분류가 되어 있는데 로제와인처럼 예쁜 핑크빛이었어요.
이 곳은 특이하게도 병이 아닌 글라스 와인으로 주문해도 테이스팅을 하게 해주더라구요.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상큼하고 가벼운 pinot gris가 치즈 가득한 파스타들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남편이 시킨 레드와인은 너무 드라이해서 파스타보다는 스테이크 같은 고기 메뉴들과 페어링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와인 마시면서 오픈 키친을 구경하고 있으니 뒤이어 요리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전채요리인 ;리코타 크로스티니 (trumpet mushroom sottolio, whipped ricotta crostini)'.
맛보기 전에 일단 비주얼에서부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
리코타 휘핑 크림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토스트한 빵 위에 리코타 휘핑 크림이 가득 올려져 있고, 특이하게도 오일에 구운 버섯과 함께 나오는 메뉴였어요.
크림빵과 버섯이라니??
반신반의하면서 먹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어요.
리코타 크림이 전혀 달지 않고 아주 고소한 맛인데, 버섯에 약간 짭쪼롬한 간이 되어 있어서 같이 먹으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춰지더라구요.
그리고 버섯 요리에 얹혀져 있는 로즈마리의 향이 더해지면서 또다른 레이어의 맛이 입혀지는 느낌입니다. 처음 먹어보는 조합과 맛인데 아주 생소하지는 않은, 정말 별미였어요.
다음으로는 '페투치네 (fettuccine, buffalo butter, parmigiano extra recchio, black pepper)'.
페투치네 생면에 파미지아노 치즈 가루와 후추가 잔뜩 올려져 있어서 cacio e pepe와 같은 느낌의 파스타였답니다.
치즈와 후추의 조합이 얼마나 맛있는지 이미 알고 있어서 실험적인 메뉴들 가운데 그나마 안전빵으로 시킨 메뉴인데, 제 역할을 했습니다 ㅋㅋ
맛이 없을 수 없는 요리!
기본에 아주 충실하지만, 원재료 (치즈와 후추) 자체의 풍미가 엄청나서 더 이상의 군더더기가 필요 없는 깔끔한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야들야들한 생면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그 다음으로는, 논란의 '양우유 리코타 오끼 (sheep's milk ricotta filled occhi, bottarga, lemon)'.
가장 시그니쳐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후기들을 읽어 보면 호불호가 굉장히 심한 것 같더라구요.
일단 비주얼은 동글동글하고 레몬색의 색감이 아주 예쁩니다.
그리고 레몬의 향이 확 났어요.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이 메뉴가 아주 아주 마음에 들었답니다.
양우유가 고체화 되어서 들어가 있는데 그 양이나 맛이 과하지 않았고 오끼 자체도 쫄깃했어요.
그리고 레몬향이 나는 소스가 처음 먹어 보는 맛이었는데 느끼하지 않게 상큼함을 한 방울 더해주는 느낌이었답니다. 레몬 제스트가 뿌려져 있어서 코로 느껴지는 레몬향도 굉장히 향긋했어요.
요리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디저트 메뉴판을 줬어요.
배부르고 속이 느끼해지기 시작했지만, 여기에서는 올리브 오일 젤라또 (olive oil gelato)를 꼭 먹어야 한다는 말들이 있어서 하나만 시켜 보았습니다.
일반 젤라또에 올리브 오일을 뿌린 것 같은데, 이 생소한 조합이 또 생각보다 정말 신기한 제 3의 맛을 만들어내더라구요.
남편은 덜 익은 대추 (초록색 대추) 맛이 난다고 표현하던데, 달달한 젤라또가 올리브 오일의 여러 맛 중에서도 풋내를 극대화시켜서 그런 맛이 나는 것 같아요.
하여간 이 젤라또도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직접 먹어봐야만 그 맛을 알 수 있는 별미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맛있는 맛'보다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맛'의 요리를 더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뉴욕에서는 후자의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에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면서도 맛있기로 유명세를 타는 식당을 방문하는 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 정도라면 한 끼에 18만원을 태울만 했다!' 라고 한줄평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연속으로 치즈, 우유, 크림 요리들을 들이 붓고 나니 속이 느끼해져서 김치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는 점)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 버거] 파이브 가이즈 (Five guys)_메뉴, 후기 (0) | 2023.07.06 |
---|---|
[뉴욕 피자 찐맛집] 나폴리 정통 음식점 'Song' E Napule' _위치, 추천 메뉴, 후기 (0) | 2023.07.01 |
뉴욕 맥주 브루어리 탐험기_ Other Half Brewing (아더하프 브루잉) (0) | 2023.06.17 |
[뉴욕 훠궈/핫팟 맛집] 99 Favor Taste _ 추천메뉴, 후기 (2) | 2023.05.24 |
뉴욕 핫플_우동 맛집 '라쿠 (Raku)' (1) | 2023.04.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