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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뉴욕 사는 고양이 이물질 삼킴 사고_경과, 대처

by 뉴욕냥냥 202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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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 연두가 선형이물질을 삼켜서 저와 남편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 일이 있었어요.

 

 

발단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때 받은 손목 팔찌였습니다. 

불꽃놀이를 보기 위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모이는 날이기 때문에, 저희 아파트에서 거주민 외의 사람들의 입장을 통제하기 위해서 거주민 전용 손목 팔찌를 나눠주었어요.

 

종이 같이 생겼는데 잘 안 찢어지는 그 재질의 팔찌요.

 

불꽃놀이를 다 보고 집에 와서 그 팔찌를 잘라서 풀어 놓았는데, 길다랗고 바스락 거리는 재질의 장난감이랑 끈에 환장하는 연두가 그 팔찌를 엄청 열심히 갖고 놀고 씹어대더라구요. 그런데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연두가 갖고 놀던 팔찌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답니다.

남편이랑 제 거 2개였는데 하나밖에 안 보였고, 온 집안 구석 구석 찾아봐도 팔찌가 보이지 않았어요.

 

이건 100프로 삼킨거다 싶어서 밤 11시에 영업을 하는 동물 병원을 마구 검색했는데, 다행히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응급실이 있더라구요. 바로 연두를 데리고 트램을 타고 응급 동물 병원을 갔습니다.

 

로비가 굉장히 깨끗했고 친절하게 맞아주시더라구요.

 

거의 2시간을 기다려서 진찰(은 정확히 아니지만)을 받게 되었는데, 정식 수의사는 아니고 수의사 만나기 전에 동물 상태를 살펴 보는 분이신 것 같았어요.

이걸 삼킨 것 같다며 가져온 팔찌를 보여주니, 종이는 보통 소화가 돼서 응가로 나올 확률이 높은데 x-ray로 검출은 안되니, 집에 가서 더 살펴 보던지 구토제를 주사하던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검색을 해보니 고양이는 구토제가 따로 없어서 마취제를 주사하며 그 부작용으로 구토를 일으키는 건데, 이게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집에서 며칠 정도 더 살펴 보겠다 하고 나왔습니다. 다행히 수의사를 만난 게 아니고 시술이나 처치도 안 했다고 비용을 청구하지는 않더라구요. (친절하신 응급실 분들...ㅜㅜ)

 

그런데 집에서 열심히 찾아보니, 그 팔찌는 종이 재질이 아니고 '타이벡'이라는 플라스틱 재질이더라구요.

강산이나 강염기에도 녹지 않고 물리적으로 부숴지지도 않는 아주 튼튼한 재질이라고....

소화가 되기는 힘들 것 같아서, 원형 그대로 장을 타고 응가로 나오기만을 바라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계속 연두의 응가를 살펴보았습니다. 

팔찌는 계속 발견되지 않았고, 응가의 양이랑 밥 먹는 양이 전보다 줄어든 것 같아서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더워서 그런건지 속이 아파서 그런건지 연두가 쳐져 있는 일이 많았는데, 보통 더운 여름에는 많이 저러고 있어서 그래도 아직까지는 응가가 나오는 걸 보니 장이 막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7월 6일 (팔찌 먹은지 이틀 후) 다른 일반 동물 병원을 가 보았습니다.

저녁 7시 반으로 당일 예약이 되어서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바로 연두를 데리고 갔어요.

수의사 선생님이 연두를 이리 저리 살펴보고 배도 만져 보시더니, 아직까지는 배에 볼록한 부분도 없고 응꼬에 억지로 힘을 준 것 같지도 않고, 아주 정상적이어 보이는데, 만약 장에 막힌 부분이 있다면 x-ray로 검출이 가능할 테니 원하면 해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가격이 거의 700달러....

고민하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ㅜㅜ

 

 

x-ray가 이 정도면 만약 장폐색으로 개복 수술까지 하게 되면 정말 심각해질 것 같아서, 바로 다음날 아침에 응급병원이랑 수술병원 (surgery center)를 가서 치료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x-ray 가격은 얼마인지 (시세 비교를 위해) 조사해 보았더니, 응급병원이 훨씬 싸더라구요! (350~500 달러)

수술병원은 primary care에서 진료를 받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refer letter가 있어야 갈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수술을 해야 하거나 급하게 검사를 해야할 경우, 일단 응급 병원을 가는 게 좋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7월 7일은 일찍 퇴근해서 연두를 계속 살펴 보았어요.

응가는 계속 나오고 밥도 여전히 잘 먹기는 하는데, 묘하게 힘이 없어 보였고 평소에 애교도 잘 안부리는 애가 웬일로 저한테 먼저 와서 기대고 그러더라구요.

 

내가 부주의해서 연두를 아프게 하는구나 싶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다가 7월 8일 토요일 저녁!

연두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한참 일을 보고 나왔는데 커다란 맛동산이 있어서 얼른 비닐장갑 끼고 부숴봤더니, 세상에 그 팔찌가 통째로 나왔더라구요.

 

팔찌를 삼킨지 약 4일만에 나온 거였는데, 너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걸 빼내느라 얼마나 아팠을까 우리 연두 ㅜㅜㅜ

 

잘했다고 우리 연두 폭풍 칭찬해주고, 제일 좋아하는 츄르도 먹였어요.

이제야 장이 편안해졌는지 츄르도 허겁지겁 먹고 사료도 열심히 먹더라구요.

 

 

다행히 해프닝 정도로 끝났지만, 장폐색 돼서 개복 수술까지 해야했으면 어쨌을지 정말 아찔하네요.

앞으로 연두가 아무리 좋아해도 삼킬 수 있는 장난감이나 물건은 안 주는 걸로...ㅜㅜ

 

건강하자 연두야!

(마무리는 잔소리하는 연두 사진으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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