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살게 되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닐 줄 알았는데, 한국 집순이는 뉴욕 살아도 집순이더라구요.
그리고 아메리칸 브런치 집 몇 군데를 돌아다녀 보니 특별히 맛이 있거나 기술이 필요한 요리들이 별로 없고, 특히 커피는 집에서 내가 직접 내리는 게 훠어어얼씬 맛있다는 결론....
그래서 주말 아침에 여유롭게 아메리칸 브런치를 차려 먹으며 남편과 수다를 떠는 게 일상이 되었답니다.
제가 집에서 자주 해 먹는 미국식 브런치 식단 몇 개를 공유합니다.
(제가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라 전부 아주 간단하게 할 수 있고 한국에도 다 있는 재료들로 만드는 요리들이에요.)
1. 버터밀크 팬케이크
미국에서 브런치 집 가면 무조건 있는 팬케이크!
그런데 사실 팬케이크만큼 쉬운 요리도 없어요.
밀가루 + 베이킹 파우더 + 우유 + 상온에서 녹인 버터 + 설탕 + 계란 요렇게 넣고, 흐르는 점도의 반죽을 그냥 후라이팬에서 구우면 됩니다.
하지만 귀차니즘이 더욱 심해진 요즘, 저는 그냥 트레이더조에서 구입한 팬케이크 믹스를 씁니다.
버터랑 우유를 동결건조해서 파우더 형태로 밀가루와 섞은 것 같아요.
베이킹 파우더도 이미 들어 있기 때문에, 계란과 물만 양 맞춰 넣고 구우면 끝입니다. 세상 간단!
약한 불에서 굽다가 구멍이 뽕뽕뽕 올라오면 뒤집어서 조금 더 익히면 돼요.
기다리는 동안 한쪽에서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도 내려 줍니다.
팬케이크에는 아메리카노를 무조건 세트로 먹어줘야죠.
놀랍게도 (?) 트레이더조 팬케이크 믹스에는 설탕이 안 들어 있어서 달지 않기 때문에, 메이플 시럽을 듬뿍 뿌려 먹어요. 원래 미국 팬케이크는 메이플 시럽을 먹기 위해서 먹는 거라는 말이 있지요.
남편이 음식점에서 사먹는 거보다 제가 만든 팬케이크가 더 맛있다고 하던데...
여보, 그거 메이플 시럽 맛이야 ㅋㅋㅋㅋ
샐러드나 과일을 곁들이기도 하고, 2시간씩 줄서야 한다는 유명한 팬케이크 맛집에서 파는 것처럼 블루베리를 팬케이크에 한껏 올려서 먹기도 합니다.
탄수화물 일색인 팬케이크가 영양학적으로 상당히 별로인 음식이긴 하지만, 아메리칸 브런치 맛집 흉내 내기에 안성맞춤이에요. 대신에 과일이나 야채 꼭 같이 먹어주기!
2. 아보카도 토스트
이 메뉴도 아메리칸 음식점에 가면 늘 있는 메뉴인데요, 미국은 아보카도가 싸고 공급 물량이 많기 때문에 아예 메뉴판 한 켠의 어엿한 한 장르(?)로 자리잡은 것 같아요.
통밀빵 또는 사워도우를 토스터기로 굽고, 아보카도를 잘라서 얹거나 짓이겨서 스프레드처럼 발라주면 됩니다. 거기에 치즈를 추가하고 시즈닝이나 꿀을 뿌리면 완성!
요건 고다치즈를 얹은 후 아보카도 짓이겨서 바른 후에 트레이더조의 에브리씽 베이글 시즈닝을 톡톡 뿌려줬어요. 전날 먹다 남은 사과 두 조각도 옹졸하게 추가 ㅋㅋ
이렇게 아보카도를 통째로 썰어서 얹으면 만들기는 쉬운데 먹을 때 자꾸만 흘리더라구요.
그리고 아보카도 예쁘게 썰기가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ㅜ
하지만 '치즈 + 햄 + 아보카도 + 꿀' 조합 진짜 맛있어요. 여기에 계란 후라이 추가해도 아주 잘 어울려요!
3. 오믈렛
야채 냉털하고 싶을 때에는 오믈렛이 최고지요.
계란물에다가 양배추, 당근, 감자, 파, 양파 등등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야채 아무거나 잘게 잘라서 다 때려넣고 치즈 넣어서 오믈렛 만들면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브런치 메뉴 완성!
오믈렛 모양 잡는 게 귀찮을 때에는 휘휘 저어서 스크램블로 만들고 치즈 얹어 녹여서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맛있어요!
이 메뉴야말로 음식점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훨씬 다양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4. 샐러드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장볼 때 로메인이나 루꼴라, 스프링 믹스 등등 샐러드용 야채를 꼭 사는데요, 샐러드도 충분히 맛있고 근사하게 해먹을 수 있답니다.
새우가 들어가는 샐러드는 상콤한 과일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오렌지를 넣고 유자청으로 만든 드레싱을 뿌려 줬어요. 그리고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야채 다 넣고 견과류 뿌려주기!
여름에는 복숭아랑 오이 이용해서 심플하면서도 맛있는 샐러드를 자주 해먹었어요.
사실 가장 자주 해먹는 샐러드 조합은 로메인 + 닭가슴살+ 사과 + 견과류인데, 너무 일상적인 메뉴라 그런건지 사진 찍어 놓은 게 없네요;;
브런치 음식점에서 사먹는 샐러드의 염분 가득한 드레싱이 맛있긴 하지만, 건강하려고 먹는 샐러드인 만큼 최대한 안 좋은 성분은 절제하려고 노력해 봅니다
(팬케이크에 메이플 시럽 한 사발 뿌려먹는 사람과 동일인물 맞음 ㅎㅎ)
5. 샌드위치
제일 간편하면서도 손쉽게 여러 영양소를 다 챙겨먹을 수 있어서 저의 브런치 최애 메뉴인 샌드위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 3가지입니다!
1. 치아바타 + 체다치즈 + 계란후라이 + 로메인
2. 크로와상 + 스위스치즈 + 터키 햄
3. 베이글 + 크림치즈
치아바타 빵은 체다 치즈랑 정말 잘 어울려요.
그냥 체다 치즈만 넣은 후 전자렌지에 30초만 돌려서 치즈가 살짝 녹은 상태로 먹으면 아주 맛있답니다.
좀더 챙겨 먹고 싶을 때에는 계란이랑 로메인 상추도 추가!
빵 안에 전부 넣어서 샌드위치로 먹어도 맛있고 그냥 따로 따로 먹어도 맛있는 조합이에요.
코스트코 크로와상 + 코스트코 터키 햄 + 코스트코 스위스 치즈 ㅋㅋ (코스트코 직원 아님)
베이커리나 브런치 카페에서 파는 크로와상 샌드위치 부럽지 않은 맛이에요.
요것도 한 때 꽂혀서 자주 해먹은 조합인데, 크로와상은 희한하게도 야채나 과일류가 안 어울리더라구요. 그리고 크로와상 자체에 버터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괜히 건강에 안 좋은 느낌 ㅜ
요건 샌드위치라기에는 너무 속재료가 적긴 하지만, 저는 그래도 베이글에는 이것 저것 넣어 먹는 것보다는 크림치즈만 발라서 먹는 게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기본 베이글 + 기본 크림 치즈! 모두가 인정하는 뉴욕 브런치 시그니처 메뉴죠.
요리 못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아메리칸 브런치 메뉴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의 입맛에는 아직도 쌀밥과 찌개가 더 맛있긴 하지만, 커피와 함께 미국식 브런치 메뉴를 먹으며 주말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이 또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랍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인들에게 음식은, 맛 자체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만들어 주는 매개체로서의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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