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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14

노화에 대한 사적인 저항_3_야근하지 말자 늙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말도 안되는 금액의 의료비 폭탄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국에서는 건강해야 한다. 바쁜 와중에도 센트럴 파크에서 새벽 조깅을 하고 샐러드를 챙겨먹는 뉴욕 직장인들이 많은 것도 아마 의료비 지출을 최소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밖에 없기 떄문이리라. 같은 이치로, 새벽 조깅은 못하더라도 우리 부부는 최대한 많이 걸으려 노력한다. 어차피 맨해튼 거주민들은 차를 가지기 힘들다. 첫번째 이유는 엄청난 주차비, 두번째로는 최악의 도로 교통 상황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여유롭게 강가 또는 센트럴 파크를 거닐면 멋진 경치는 덤으로 따라온다. 하지만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 같은 당연한 것 외에도, 요즘 최대한 규칙적으.. 2023. 8. 26.
노화에 대한 사적인 저항_2_보라색 머리 앞머리를 자를까 기를까? 한 달에 한번씩 하는 고민이다. 희한하게도 미국 여자들은 한국에 비해 짧은 앞머리를 가진 사람이 없다. 아마도 동양권에서는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여성상이 오랫동안 선호되어 온 것에 반해, 미국에서는 세련되고 핫한 느낌의 여성이 매력적이라는 관념이 퍼져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오랫동안 앞머리가 있는 헤어스타일을 고수해왔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1) 한 번 자른 이후로 앞머리를 기르는 과정에서의 거지존을 참지 못해서 2) 내 얼굴에는 앞머리 있는 스타일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놀랍게도 더 어려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앞머리에 비해 머리 전체 기장을 자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적은 편이다. 미국에 나오기 직전에 아주 짧은 단발로 머리를 자른 이후로, 미국 내에서.. 2023. 8. 15.
노화에 대한 사적인 저항_1_새로운 취향 찾기 사람이 서른세살을 넘으면 더이상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다는 글을 읽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의 노래 또는 귀에 익은 비슷한 풍의 노래들 위주로만 플레이리스트를 채우고 있었다. 그래도 최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노래들을 많이 듣기 위해 한국에 있을 때에는 아예 몰랐었던 가수들을 찾아내어 노래들을 들어보고 있다. 다행히 발전한 AI 기술의 도움으로, 마음에 드는 노래들을 몇 개 들었더니 알고리즘을 타고 내 취향에 맞는 새로운 노래들이 계속 튀어나온다. 그래, 나는 아직 정서적 노화가 진행되지 않은 거야. 기술의 발전이 제공해준 알량한 안심. 비슷한 음악 취향을 고수하고 있는 나에 반해, 결혼 전 나와 비슷한 인디 취향을 가졌던 남편은 작년부터 갑자기 한국 아이돌 그룹의 노.. 2023. 8. 14.
관광객이 되는 순간_브루클린 브릿지 위에서 뉴욕에 살면서 매일 같이 보는 이스트리버와 맨해튼의 전경에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나를 관광객 모드로 만들어주는 공간이 있다. 뉴욕을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모두가 반드시 방문하는 그 곳, 브루클린. 미드 '가십걸'에서 그려진 미국인들의 브루클린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도시였고, 영화 '브루클린'에서의 느낌은 그리운 고향을 떠나 도전과 모험을 위해 이주해 온 이민자 젊은이들의 애환이 담긴 도시였다. 그리고, 뉴욕에 사는 나에게도 아직까지 방문할 때마다 느낌이 다른, 참 신기한 곳. 맑은 여름 초저녁에 방문한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렇게 멋진 사진을 건졌다. 덤보는 갈 때마다 늘 '이게 대체 뭐라고 그렇게들 사진을 찍어댄담.' 생각하지만, 셔터를 누를 때마다 이렇게 너무 멋있는 사진이 나와서 .. 2023. 6. 26.
도심 한가운데에 드러누운 사람들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날씨가 시작되면 잔디밭에 눕기 시작하는 뉴욕 사람들. 특히, 브라이언트 파크의 잔디밭은 5월부터 대중들에게 개방되는데, 그와 동시에 많은 인파가 잔디밭에 눕거나 앉아서 따뜻한 날씨를 즐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대충 손수건이나 담요를 깔고 앉기도 하고, 그냥 맨 몸으로 누워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인구 밀도가 높고 수다 소리로 시끄러운데 아이러니하게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봄날의 잔디밭.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에서 느껴지는 그것과는 또다른 결의 여유와 평화로움이다. 브라이언트 파크의 잔디밭은 사방이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이 빌딩숲 사이의 조그마한 잔디밭에서 웃통을 까거나 수영복에 가까운 차림으로 선탠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언밸런스함에 시시각각으로 미시감이 .. 2023. 5. 22.
뉴욕의 강변에 산다는 것 나는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 리버 근처에 살고 있다. 월세가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가운데, 운 좋게 남편의 직장을 통해 하우징 시스템을 보조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맨해튼의 아파트들은 악명 높은 월세 치고는 아주 허름하고 낡고 더럽다. 특히, 맨해튼 중앙의 센트럴 파크와 멀어질 수록 집이 더 좁고 더러운 골목이 많아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트 리버 근처에 살기에 얻을 수 있는 일상의 특별함이 있다.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강가 쪽에는 이스트 리버를 따라서 쭉 산책로가 나 있는데, 이 곳을 걸으면 맞은 편의 아스토리아, 루즈벨트 아일랜드, 롱아일랜드시티를 모두 구경할 수 있다. 곳곳에 벤치가 많이 비치되어 있어서, 중간 중간 앉아서 경치와 배와 사람과 개들을 보며 시간을 떼우곤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2023. 3. 27.
김밥을 말게 된 요알못 뉴요커의 이야기 나는 요리를 그다지 즐기지도, 잘하지도 못한다. 그저 적당히 먹을 수 있을 만한 정도로만 하며, 어려운 요리를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도 별로 없다. 이런 내가 뉴욕에 살게 된지 1년만에, 한국에서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김밥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들어 계속 한국에서 먹던 김밥이 먹고 싶었다. 특히, 어릴 때 운동회를 하던 날 엄마가 만들어 주었던 슴슴한 집김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는 일단 제대로된 한식집이 없다. 있더라도 치킨이나 비빔밥 정도만 파는 곳이 한 두개 있고, 제대로 된 한식을 먹으려면 한인타운까지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김밥 한 줄 먹자고 왕복 칠천원의 교통비를 내고 움직이기도 애매해서 몇 주를 그냥 참으며 보냈다. 그러.. 2023. 1. 14.
미국 포트럭 파티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영어 시간에 처음으로 들어본 포트럭 파티 (potluck party)의 사전적 의미는 참석하는 사람들이 각자 먹을 것을 가져와서 나눠먹는 식사자리이다. 잔치를 준비하는 주인공이 기쁜 일 또는 슬픈 일을 함께 나누러 온 손님들을 위해 모든 음식과 마실 것을 준비하는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다르게, 미국은 참으로 개인주의가 철저한 나라이구나. 이것이 내가 그동안 생각해 온 미국 포트럭 파티의 개념이었다. 그러다, 11월이 되고 추수감사절 시즌이 되니 여기 저기 포트럭 파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내가 속한 연구팀에서도 팀원들끼리 포트럭 파티를 하기로 해서 어떤 음식을 해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무난한 모듬전을 준비해가기로 결정했다. 우선, 팀 내의 채식주의자를 위한 애호박전! .. 2022. 11. 25.
미국에서 로또를 사게 된 사연 나는 가끔 예지몽을 꾼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연찮게 때려 맞추는 것이겠지만...) 예를 들자면, 언젠가 호랑이 꿈을 꾸고 난 후에 일적으로 엄청난 도움을 준 조력자를 만났다거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커다란 악어 꿈을 꾼 후에 합격을 했다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아주 생생하고 의미가 있어 보이는 꿈을 꾸고 난 후에는 꼭 해몽을 찾아 보게 되었다. 며칠 전, 온 세상이 불바다가 되고 그 화마가 우리집을 덮쳐서 기둥이며 천장에 온통 불이 붙어 활활 타는 꿈을 꾸고 깼다. 일어나자마자 '불꿈 해몽', '집이 불타는 꿈' 등을 검색해 보았더니, 로또일등당첨꿈이라는 게 아닌가! 안그래도 7월 내내 메가밀리언 1조 5천억원 당첨자 얘기로 온 미국이 떠들썩했어서 미국의 로또에 관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는 상황.. 2022. 9. 9.
뉴욕 사는데요, 할매 입맛입니다. 뉴욕은 갖가지 디저트로 유명한 맛집이 참 많다. 처음 몇 달간은 르뱅 쿠키, 크레이프 케이크, 도넛, 바나나 푸딩 등등 유명 디저트를 탐험하러 다녔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한두번이지, 계속 먹다 보니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특히 나는 한국에서도 약과나 떡, 단팥빵 같은 디저트를 더 좋아했던지라 할매 입맛이라고 놀림받기 일쑤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달 전부터 한국식 단팥빵이 그렇게 먹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에 살면서 파리바게트에 가는 것은 왠지 모르게 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리고 온 지 1년도 안돼서 벌써 이러면 안된다는 혼자만의 어떤 이상한 기준 때문에 한인타운에 갈 때에도 파리바게트, 뚜레쥬르나 H마트에서 한국식 디저트를 사는 것은 지양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남편과 한인타운의 .. 2022. 8. 22.
채식의 취향 나는 엄밀한 의미의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육고기의 맛있는 정도를 덜 느끼는 것 같고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고기에 비해 고기가 아닌 식재료에 더 손이 가는 '채식선호자'인 셈이다. 나는 채소 없이 고기 먹는 것을 싫어하고, 남편은 고기 없이 채소 먹는 것을 싫어한다. 때문에, 식당에서 음식을 시킬 때에는 채소류와 고기류를 모두 시키는 편이고, 이렇게 시켜 놓고 함께 먹으면 아주 아름답고 원만한 합의(?) 아래 식사가 이루어진다. 가령, 독일식 소시지 요리를 시키면 남편은 소시지를 더 많이 먹고, 나는 사우어크라스트 또는 감자를 더 많이 먹는다. 미국에서 먹고 살면서 느낀, 한국과의 커다란 차이점 중 하나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먹거리이다. 미국은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 2022. 7. 22.
6월의 뉴욕은 무지개로 물든다 - Pride Parade 미국에서 매년 6월은 'Pride month'라는 이름으로 성소수자들 (LGBTQ)의 자유와 정체성을 기념하는 달이다. LGBTQ란 레즈비언 (Lesbian), 게이 (Gay), 양성애자 (Bisexual), 트랜스젠더 (Transgender), 성정체성 탐색자 (Questioning)를 통칭하는 단어로 모든 성소수자를 일컫는 단어이다. Pride month가 되면 뉴욕 곳곳에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달린다. 음식점, 술집, 백화점 등등... 그리고 매년 6월 마지막주 일요일에는 'Pride parade'가 열린다. 맨해튼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쭉 하루종일 진행되는 퍼레이드인데, 꼭 성소수자가 아니어도 원하는 사람 누구나 함께하며 즐길 수 있다. 내가 정말 놀랐던 점은, 한국의 퀴어 퍼레이드.. 2022. 6. 27.
뉴요커들에게도 불금은 있다. 미국인들은 회식과 단체 술자리를 가지지 않는다 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금요일 늦은 오후부터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맥주집들은 동료들과 가벼운 술자리를 가지는 뉴요커들로 가득 차있다. 대부분의 펍 (pub)들이 4시 혹은 5시에서부터 6~7시 정도까지 해피아워 (Happy hour)로 할인된 가격에 술과 간단한 안주를 제공한다. 그래서 회식을 하는 금요일은 보통 동료들과 다함께 4~5시쯤 이른 퇴근을 한 후 왁자지껄 모여서 바로 펍으로 향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회식은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음식들을 거창하게 시키지 않는다. 딱 맥주 한 잔씩만 시킨다. 아주 가끔 안주 1~2개 정도 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맥주 한 잔씩만 놓고 한참을 떠든다. 그래도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이른 시.. 2022. 6. 26.
엄마가 그리울 때에는 엄마 음식 사진을 봐 해외에 나와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문득 부모님이 그리울 때가 있다. 보고 싶으면 바로 카카오 페이스톡으로 얼굴을 보며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그리움이다. 부모님과 함께 있던 순간 자체에 대한 그리움인 것 같다. 그럴 때면 핸드폰 사진첩에서 그 순간을 담은 사진들을 보곤 한다. 희한하게도 엄마 사진보다도 엄마가 해 주셨던 음식들, 엄마랑 같이 먹었던 음식들의 사진이 더 많다. 엄마의 음식 사진을 보면, 그 맛은 물론이거니와 그 때 했던 말들과 분위기, 포근함 등이 함께 떠오른다. 사실 나는 부모님께 엄청 살가운 편은 아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은 전부 쿨한 편이어서 '무소식이 희소식'일 때가 더 많다. 미국행이 결정되었을 때에도, 부모님은 "그래 남편이랑 같이 ..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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